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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억새
 

갈대는 산마루에 앉아
산이 좋다고
하늘에 글자를 쓰고
억새는 강변에 엎드려
물이 좋다고
수면에 그림을 그린다.

갈대는 하늘을 쓸면서
바람을 산으로 넘기고
억새는 강변을 털면서
강물을 들판으로 보낸다.

갈대를 누가 약하다고 하였는가
뿌리는 강하여
산을 온통 점령하고
억새는
줄기마디마다
새뿌리를 내려
강변을 점령해 간다.

갈대를 누가 흔들린다고 했는가
흔들리지 않는 산에 붙어
그 뿌리는 요동치 않고
억새는
제 스스로 깊은 뿌리를 내려
홍수에도 끄덕하지 않는 것을....

그들이 약해보이고
그들이 흔들리는 것은
갈대는 바람처럼
억새는 물길처럼
강하나 약하게 흐를 줄 알기 때문이다.

갈대는 산에서 인자처럼 부드럽게
억새는 물가에서 지자처럼 강인하게
산에서 물가에서 각각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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