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피부과(화성봉담)입니다:환영합니다^^*

동기동창 모임

어두움이 성애처럼 서리는
증평 보강천변 둔치 잔디밭에
이름도 다 모르는 친구들이 마주하고 둘러 앉았다.
바람은 상쾌한 느낌을 피부에 물들이는데
하늘의 별들이 모두
가로등으로, 강 건너 도시의 네온간판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에
내려앉아서 병풍을 차린 듯 황홀케 한다.
보강천 옛다리 기둥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가
크게 써있었고,
뚝방길은 소는 풀뜯게하고 냇가에서 마냥 놀던 추억이
심지처럼 하얗게 박혀있다
6개의 촛불에 별들을 모아 달았다
어두움의 성애는 녹여져 내리고 친구들의 얼굴이 빠꼼이 보인다
30년 세월의 뻣뻣하던 촛대가 녹아진다.
질퍽한 사투리가 정겹게 녹아 흐른다.
가시내란 소리도 무리없이 흐른다
씨없는 이름들이 녹는다.
이야기 마다 마다 촛불에 스며들다 녹아진다.
죽은 친구의 이름이 촛불 밑에 눈물로 고인다.
어색한 촛대는 짧아지고 녹아진 사연들이 쌓인다.
환한 얼굴, 웃는 얼굴들이 동기 동창 동색이다
노래가 촛불에 타고
삼결살에 소주로 얼굴이 익는다.
촛불따라 우리들의 몸도 흔들린다.
별 없는 하늘로
친구들 하나 하나가
별이 되어 올라간다.
가슴에 녹아진 촛대 만큼이나 긴 아쉬움을
남기고 촛불잔치는 끝났다.
촛불을 끈 자리엔 깊어진 어둠이 몰려들어 흘린 이야기를 덮었다

도둑

등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