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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류 건강시사
한의학은 과학인가(펌)
2010년 12월호 - 기획_한의학 맞짱토론 한의학은 과학인가?
과학이 아니다 (공개)
기와 경락, 과학적 근거 없다
| 글 | 고호관ㆍkaridasa@donga.com |
“기(氣)가 허해서 그래.”



이런 표현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기가 충만하다거나 양기(陽氣)를 보충한다거나 하는 말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써 왔던 말이라 ‘기’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따져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병원에서 이런 표현이 쓰인다면 어떨까. 과학적인 의료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기는 없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에 일어나는 현상을 음양오행설로 설명한다. 음양오행은 고대 중국 철학에서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사상체계다. 음(陰)과 양(陽), 오행인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와 같이 서로 상호작용하거나 대립하는 성질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한의학은 음양오행을 인체에 대응시켜 질병의 원인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따뜻함을 나타내는 ‘목’은 시간적으로는 봄, 공간적으로는 동쪽, 인체성분으로는 혈액, 장기로는 간, 신체 부위로는 눈과 연관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과 비슷한 것으로 현대과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간과 눈이 연관돼 있어야 하지만, 현대의학에 따르면 간이 눈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 흔히 간이 좋지 않아 황달이 올 때 흰자위가 노랗게 되는 현상을 가지고 간과 눈을 연관시키곤 한다. 그러나 황달은 눈뿐만 아니라 온 몸을 노랗게 만든다.



음양오행으로 자연과 인체를 대응시켜 설명하는 저변에는 ‘기’가 있다. 기는 인체는 물론 우주의 모든 변화를 설명하는 무형의 힘이다. 한의학은 기의 변화를 이용해 병을 진단한다. 문제는 기가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기를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본다면 한의학은 과학이 아닌 철학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셈이다. 반대로 기를 물리적인 실체로 본다면 아직 아무도 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이론적 근거가 없어진다. 의사들은 “결국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기를 바탕으로 하는 한의학 이론은 현재로서는 과학적이라 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가 지나가는 통로인 ‘경락’도 마찬가지다. 해부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지 무려 수백 년이 지났지만 아직

경락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 르는 상태에서 기의 통로를 찾아내 진료에 이용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유용상 대한의사협회 의료일원화 특별위원장은 “기와 경락이라는 개념은 병의 원인을 모르던 초기 단계의 직관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과학적인 용어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와 경락의 실체가 불분명하면 진료 과정에 큰 문제가 생긴다. 기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상용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기가 허하다’라는 표현이 정확한 진단이 되기 위해서는 인체의 기 평균치가 얼마이며 그와 비교해 얼마나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보니 한의사에 따라 진단도 달라지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한의원에서 병을 진단할 때 자주 쓰는 진맥은 어떨까.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진맥은 맥박의 성질과 상태를 살펴 환자의 상태와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진맥을 할때는 손목 안쪽의 요골동맥을 검지와 중지, 약지로 짚어서 맥박을 느낀다. 이때 각 손가락으로 느끼는 맥박은 서로 다른 장기와 관련돼 있다. 과연 이 주장처럼 맥박이 간이나 폐, 신장 같은 장기와 관련이 있을까.



 

[드라마 ‘허준’의 한 장면. 진맥으로 병을 진단하는 모습이다. 수백 년 전의 의사가 병을 척척 고쳐내는 미디어의 묘사는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실제로 허준이 살았을 당시의 의술은 서양과 동양을 막론하고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수준이 떨어졌다.]

 

맥박은 심장이 박동할 때 동맥 속으로 혈액이 밀려나오면서 생기는 압력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 현대의학에서도 맥박을 진단에 사용한다. 주로 세기, 맥박수, 규칙성 등을 본다. 심장과의 연관성은 당연하지만 그 외의 장기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각 손가락(검지, 중지, 약지)이 닿아 있는 세 부위의 맥박이 서로 다를 이유도 없다. 맥진기로 측정하면 세 군데의 맥박은 같게 나온다. 또한 맥박은 혈관 주위에 있는 피부나 힘줄 같은 구조물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환자라고 해도 한의사에 따라 다른 진단이 나오기 쉽다. 남복동 창원산재 병원 산업의학과장은 “맥박만 짚어 보고 특정 장기가 좋다 나쁘다 진단하는 건 한강물을 조금 떠다 놓고 그 물을 어디서 떠 왔는지 알아맞히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해부학적으로 경락을 찾으려는 봉한학설







[토끼 방광 표면에서 발견한 관. 소광섭 교수는 이 관이 경락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봉한학설은 1960년대 북한의 김봉한 박사가 경락을 해부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세운 이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광섭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가 연구하고 있다. 소 교수는 흰쥐의 혈관 안에서 알 수 없는 봉오리와 관을 발견하고 이것이 경락이라는 또다른 순환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이 실제로 경락과 일치하는지 어떤 생리적인 기능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관이 경락이라고 해도 때로는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가느다란 관을 한의사가 어떻게 알고 침으로 정확히 찌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경혈과 무관한 침술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는 “침술이 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정신을 다스려서 내과, 외과, 부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모든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마취, 금연,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이 외에도 관절을 삐었을 때와 체했을 때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런데 기와 경락의 실체가 모호하다면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침술의 이론적인 근거도 무너지는 게 아닐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 2006년 조장희 가천의대 교수는 1998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던 논문을 철회했다. 1998년의 논문은 특정 경혈에 침을 놓았을 때 뇌의 일부가 활성화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8년 뒤 조 교수는 후속 연구 결과 경혈과 상관없는 곳에 침을 놓아도 똑같이 뇌가 활성화됐다며 원래 논문을 철회했다. 침을 찔렀을 때 뇌에 일어나는 현상이 경혈과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미국의학협회지(JAMA) 2005년 5월 4일자에 실린 독일 뮌헨 과학기술대 클라우스린데 교수팀의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린데 교수는 편두통 환자에게 침을 놓고 통증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조사했다. 일부에게는 올바른 경혈에 침을 놓고, 나머지에게는 아무 데나 침을 놓았다. 그 결과 두 그룹 사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침을 어디에 놓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현대의학은 침술의 통증 완화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침술이 통증에 효과를 내는 원리는 주로 위약효과와 게이트웨이 효과로 본다. 위약효과는 심리적인 효과로 환자가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믿으면 정말 그런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조정훈 푸른솔 뇌·신경 통증 클리닉 원장은 “침을 맞는 것처럼 환자가 정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의 심리적인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게이트웨이 효과는 통증이 있을 때 다른 곳에 자극을 주면 원래 통증이 약해지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주사를 맞을 때 동시에 엉덩이를 때려 주면 주사바늘이 찌르는 통증을 잘 못 느끼는 이유라고 생각하면 쉽다.



최근에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7월호에 실린 논문처럼 침술의 통증완화 원리를 밝히는 논문도 나오고 있다. 침을 맞으면 통증을 줄이는 물질이 나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원리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와 관련이 없으며, 효과도 국소적이고 일시적이다. 게다가 통증을 줄이는 물질은 굳이 침이 아니더라도 마사지를 비롯한 다른 자극으로도 얻을 수 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의사들은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체계적인 방법과 비교할 때 침술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며 “통증 완화를 위한 침술이 비용 대비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대의학 기법인 ‘드라이 니들링’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를 바늘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만성적인 근육통에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대의학 원리에 따라 통증을 유발하는곳을 찾아 찌르는 것으로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경락과 무관하다.



한의학계는 침술이 질병은 물론 비만이나 금연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대의학에서는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반대의 연구는 있다. 영국의 학술지 ‘담배 규제(Tobacco Control)’ 1999년 4호에는 금연침의 효과를 분석한 영국 엑세터대 대체의학과 아드리안 화이트 박사의 논문이 실렸다. 금연침은 귀를 인체와 대응시키는 이론에 따라 귀에 침을 놓는다. 금연침에 관한 연구를 종합한 이 논문에서 화이트 박사는 침을 정해진 위치가 아닌 곳에 아무렇게나 놓아도 담배를 끊는 데 미치는 효과에는 차이가 없음을 보였다.



몸에 해로운 보약?




 

흔히 보약이라고도 하는 한약은 식물이나 동물 같은 천연물의 일부를 건조하거나 가공해 만든 약으로 ‘생약’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전통 때문인지 사람들은 한약이라하면 으레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다고 생각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한약의 부작용은 크게 한약재의 오염과 한약재 자체 성분이 원인이다. 한약재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오래 보관하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곰팡이가 피어 발암물질이 생기기도 한다. 의사들은 본지에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을 한약에 몰래 넣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경우 현대의학에서 규정하는 복용 방법과 양을 지키지 못해 환자가 위험해진다.



한편 과학적으로 본 한약재의 성분에도 부작용이 많다. 2006년 소비자보호원이 1999~2005년에 처리한 한의약 관련 피해 구제 115건을 분석한 결과 한약과 관련된 사고가 5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절반은 간세포가 파괴되는 독성 간염이 발생한 경우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6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5월부터 17개월 동안 전국의 대학 병원에서 독성 간손상 증례를 조사한 결과 한약에 의한 간손상이 가장 많았다.



약의 부작용이 단지 한의학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 쓰는 약은 부작용이 대부분 밝혀져 있지만, 한약재의 부작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방 치료 때문에 부작용이 생겨 증상이 악화됐을 때 한의사들은 명현(瞑眩)현상이라며 병세가 나아지고 있는 징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수술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거나 현대의학으로도 고치기 어려운 병을 치료할 수있다는 한의원 광고. 그러나 의사들은 한의학 이론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도 어려울 뿐더러 치료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또한 유효 성분만을 추출해 정확한 양을 복용하게 하는 현대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여러 한약재를 그대로 섞어 한약을 만든다. 환자가 먹는 한약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약리작용을 하는 성분은 일부에 불과하므로 나머지 성분은 아무 이유 없이 먹는 셈이다. 유효 성분이 약효를 발휘하는 양의 범위가 좁은 경우도 있지만 한약으로는 그 양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한다. 더구나 한약재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성분이 몸 안에 들어가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의사들이 지적이다.







한약의 효과도 의심스럽다. 잡지나 신문에서는 한약을 이용해 아토피나 탈모처럼 현대의학으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수술을 하지 않고도 디스크를 치료한다는 한의원 광고를 많이 볼수 있다. 의사들은 한의원의 이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의원에서 완치를 시켰다는 환자 비율이 자연스럽게 낫는 비율과 그다지 차이가 없으며, 구체적인 통계보다는 일회성 사례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는 것이다. 효과가 불분명한 한의학 치료는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한의학 치료의 부작용으로

위험한 상태에 빠지거나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한약에만 의존해 치료하다가 뒤늦게 병원에 와 목숨을 잃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전통적으로 쓰는 한약재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한의학계는 이런 사례를 들어 한의학의 우수성을 주장하지만, 이런 방식은 신약을 개발하는 데 쓰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한의학적 방법론과는 거리가 멀다. 의사들은 “신약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거대 다국적제약회사는 신약물질을 찾기 위해 아마존 구석까지 안 가는 곳이 없다”면서 “만약 한약에 효과가 있다면 왜 가만 놓아두겠느냐”며 한의학계에서 주장하는 한약의 우수성에 의문을 표했다.









민족주의로 의학 해서는 안 돼



유용상 위원장은 “한의학은 현대과학과 연관성이 없다”며 “한의학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인문학적으로 연구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은 과학적인 이론으로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자의적으로만 해석할 뿐 예후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의사들은 이에 대해 국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한의학의 치료 효과에 대해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한의사는 소위 ‘비방’이라는 치료법을 충분한 임상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있다. 환자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상식적인 지식과 대치되는 주장도 한의학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기존의 현대의학적 치료 방법을 전면 부정한다거나 아들을 낳는 한약을 지을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은 과학적으로 반박하기 이전에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의사와 간호사 자격시험 문제는 공개되는 반면 한의사 자격시험 문제는 비공개다. 한의학이 외부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길을 하나 막아버린 셈이다.



선진국에서 한의학을 주목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과장이라는 평가다. 조정훈 원장은 “세계의 다양한 전통 의료 중에서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시도일 뿐 특별히 한의학을 눈여겨보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시도는 현대의학이 발전해 온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의사들은 “단순히 민족주의적인 이유로 의학을 하는 건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라며 “수백 년에 달하는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학적인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