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피부과(화성봉담)입니다:환영합니다^^*

할머니 자리

아침 일찍부터
버스정류장 인도 한곁에서 만나는 할머니
허리 굽으셔서 절반 밖에 못 일어나시는 그분
보자기 보따리를 펴 놓으시고 안방처럼 털푸덕 앉아
이슬 머금은 상추 호박잎 애호박 오이를 다듬으신다
다해 보아야 얼마 안 되는 채소를
굵은 손마디로 떠듬거리며 바느질하듯 다듬으신다
매일 만나다 보니 오늘의 차림이 궁금해진다
때마다 다르게 밭 작물을 펼쳐 놓으신다
비가 와도 거르는 날이 없다
비를 피하여 병원 현관에 조금만하게 자리를 잡고
얼마되지 않는 것을 다 팔지 못하면
병원에 오셔서 사라고 하신다
고집도 있으셔서 어떤 때는 막무가네여서 사주기도 한다
받은 돈을 있는 돈과 돌돌 말아서
치마를 들추고 돈 주머니에 넣으신다
돈을 얼마나 벌으셨냐고 묻는 것은
보태 준 것도 없는 놈이 묻는다고 야단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차마 그 사연이 슬픈 것이면 어찌하나 알기 두려운 것이다
어쩌다 안 계시면 도리어 궁금해지는 분
상추 끝물이나
호박잎이 다 쇠였거나
누렇게 꼬부라진 오이 몇 개의 차림일 때는 물건 만큼이나 불쌍해 보이신다
오늘도 나와 계시는 할머니
그런 물건을 사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 자리는
우리들이 지켜드려야 할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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