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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피부과
시작마당 기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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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지도하신
강준형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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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어찌 알고 때 맞추는 데는
도둑 같은
귀신이 따로 없다.
내일 모래면 장이 서고
송아지 사는 날인데
오늘 도둑이 들어 와서
꿈을 다 가져갔다.
그는 깨와 콩 도둑인데
우리는 소를 도적 당했다.
소가 큰 재산일 때
송아지 한 마리 키우자고
일손도 보태고
돈도 벌자고.
몇 년 동안 안아 왔던
농촌 사람들의 꿈.
돼지도 팔고
이 돈 저 돈 모으고
깨도 두 짝, 콩도 거두어
이것 팔면 된다고
장날만 기다렸는데.
언제 왔었는지
잠 잘 동안에
갔는지도 모르게
윗방에서
가져갔다.
소 산다고 좋으니까
소문 내기는 했는데
동네사람부터 의심이 부질없이 간다.
뜯겨진 좁은 창문 밑에는
흩어진 쌀 몇 줌
뒷곁에 남은 신발 자국 몇 개만 있다.
내 딴에
피푸라기로
신발 크기를 재고
모여든 동네 사람에게
이 만한 크기라고
아쉬움의 키를 쟀었다.
세월 앞에
그 도둑은
그 때의 시간을 찾아 주는데
눈 감고 시간을 도둑질 하며
몇개의 발자국만 재는
나
나는
도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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